보잘 것 없는 미생물인 코로나 바이러스가 마치 포악한 폭군처럼 갑자기 등장했다. 순식간에 세상을 통째로 삼킬 듯 한 그 기세는 “근신하라 깨어라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벧전 5:8)라는 말씀을 연상케 한다. 세상 사람들을 단번에 삼켜 버릴 듯 입을 벌리고 달려드는 거대한 괴물의 험상궂은 모습이다.

온 세계가 이 보잘 것 없는 바이러스 앞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습은 마치 꺼질 듯 말 듯 한 촛불들과도 같구나! 돈을 자랑하는 사람들, 권세를 믿고 어께에 힘을 주는 사람들, 아니,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졌다고 뻐기는 사람들도 이 보잘 것 없는 바이러스 앞에서는 다 패잔병들의 모습과도 같구나!

세상의 최신 기술과 의술은 물론 막대한 예산을 들인 모든 장비들까지도 이 바이러스 앞에서는 맥을 못 추는 것처럼 보인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런 것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온 세계를 종횡무진으로 드나들면서 더 센 바이러스로 변형 해 간다니 갈수록 태산이다.

제 2차 대전과 6.25 전쟁을 겪어 보았지만, 이렇게 방에 갇혀 있은 적은 없었다. 요즘 방에 갇혀 살면서 자녀들 까지 얼씬 안 해도 처음에는 견딜 만 했다. 그런데 요즈음은 사람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여보, 사람 배고파! ” 라고 남편에게 불쑥 말하여 둘이서 싫건 웃은 일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예수님의 수난주간과 부활주일이 눈앞에 다가왔다. 그제야 예수님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추스렸다. 그리고 요즈음 방에 박혀 있는 시간을 나의 생애에 가장 소중한 시간으로 바꾸어야 하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홀가분해 졌다. 그렇다, 이번 수난주간과 부활주일이야 말로 우리의 삶의 참 목적을 다시 일깨워 주는 좋은 시간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마음이 바빠진다.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우리의 죄 값을 담당하셨다. 그가 운명하시기 전에 남기신 말씀 중“엘리 엘리 나마 사박다니”와 “내가 목마르다”고 하신 말씀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이 두 말씀은 참 하나님이시오, 참 사람이신 예수님의 고통을 잘 표현한 것이다.

“엘리 엘리 나마사박다니”는 그의 신성(神性)이 아버지에게서부터 버림을 당하는 수난이다. “내가 목마르다”는 사람(人性)으로서 당할 수 있는 가장 큰 수난이다. 그는 죽으셨다. 무덤에 묻히셨다. 그리고 사흘 만에 부활하셨다. 그는 하늘로 올라가셨다. 약속하신대로 다른 보혜사 성령을 보내주셨다. 그는 약속대로 다시 오신다. 그리고 믿는 자들과 항상 함께하신다(마28:20). 예수님의 죽으심과 예수님의 부활은 기독교의 가장 중심 되는 진리이요 역사적인 사건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당황하고 삶에 지친 이때에 나의 삶이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 형성에 부합되게 하리라고 다짐해 본다(요 3:16).

이영순
미주 은퇴 목회자 아내